양곤에서 “화해 세미나(Peace Building Seminar)를 마치며, 김승진 선교사 2025. 11. 28.
저는 북아일랜드에서 사역 중인 김승진 선교사입니다.
저는 화해와 평화를 위해 지난 20년간 사역을 했는데, 북아일랜드는 1969년 부터 30년 동안 내전을 겪은 아픔의 나라입니다. 북아일랜드를 화해와 평화 사역의 중심지로 하나님이 저와 가족을 보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아일랜드의 평화와 화해 뿐만 아니라, 분쟁과 갈등이 있는 곳, 예를 들어 지난 80년 무장 갈등을 겪고 있는 미얀마 등 지역에 “화해 세미나” 등의 사역도 병행 하고 있습니다.
포스트에 있는 현지인들이 노출이 되면 안 좋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으니, 포스트의 사진들이 부득이하게 복제나 사용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2주반 미얀마의 일정을 마치고 26일 오전(목요일) 집에 잘 돌아 왔습니다. 기도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현재 미얀마에는 공식적으로 135개의 부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이 미얀마를 식민지화한 이후, 독립전쟁을 피하고자 다양한 종족을 세분화하여 135개의 부족으로 공식 분류한 것입니다. 또한 영국은 인도와 방글라데시로부터 인구를 이주시켜 행정직에 배치하면서, 미얀마의 주류 민족인 버마족을 피지배 계급으로 두었습니다. 이후 미얀마가 독립하게 되자, 이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형성된 종족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948년 독립 이후 지금까지도 그 갈등은 멈춘 적이 없습니다. 특히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군부 정권과 비(非)불교 소수민족 간의 무력 충돌은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청년들이 징집을 피해 해외로 도피하거나 정글에 숨어 지내거나, 아니면 반군에 자원입대해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작년에 양곤의 한 교회에서 유스 모임을 인도한 적이 있는데, 그때 50명 넘게 모였던 청년들을 올 해는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젊은 세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아일랜드의 갈등도 마찬가지로,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이주 정책 이후 이주민(개신교)이 토착 아일랜드인(가톨릭)보다 더 많은 특혜와 기득권을 얻게 되면서 발생한 갈등입니다. 결국 미얀마와 아일랜드의 오래된 분쟁은, 대영제국이 사용한 동일한 분할·지배 정책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11월 14~15일 이틀간 진행된 화해 세미나는 은혜롭게 잘 마무리 되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어제 북아일랜드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첫날에는 56명이 참석했으며, 그중 약 1/3은 미얀마에서 가장 유명한 신학교인 MIT(Myanmar Institute of Theology)와 MEGST(Myanmar Evangelical Graduate School of Theology)의 학생들이었고, 나머지는 양곤의 여러 교회에서 온 유스 리더들이었습니다. 함께 성경을 살펴보면서 ‘복음은 곧 화해’라는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복음 = 화해 = 선교라는 복음의 삼중적 의미에 대해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학문적인 내용과 함께, 제가 화해자로 걸어온 개인적 여정을 간증으로 나눴습니다. 또한 영국을 대신하여 미얀마의 종족 갈등을 조장한 역사적 책임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미얀마 사람들은 영국의 분리 정책(종족 분리·차별 전략)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고, 제가 그 역사적 배경을 나누었을 때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은 듯했습니다. 제가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하며 하나님 앞에서 회개했을 때, 이에 대해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피드백 시간에는 몇몇 참가자들이 마음 아픈 고백을 하며, 다른 부족을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했던 죄를 회개하고, 어떤 이들은 자기 부족을 대신해 부족이 저지른 죄를 대표로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씩 모두가 화해자로, 화해의 대사로, 혈과 육이 아닌 거룩한 영적 싸움을 감당하는 하나님의 군사로 서겠다고 결단하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세미나 후, 함께 준비한 현지 리더와 디브리핑을 했고, 이번 시도가 첫 번째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화해의 불씨가 심겨졌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인 세미나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기도하고 있는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양곤 신학대학교들과의 협업
양곤에는 화해·평화 센터를 운영하는 몇몇 신학교가 있지만, 활동이 활발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에 신학생들이 참석한 것을 보며, 앞으로 신학교에서 3~5일간의 ‘화해/평화 집중 강의(인텐시브)’를 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여러 신학교에 연락해 보려고 합니다. - 화해 세미나 확장
양곤뿐 아니라 다른 지역들, 특히 종족 갈등이 뚜렷한 지역으로 가서 하루 또는 이틀 동안 화해 세미나를 진행하기 원합니다. 현지 리더들도 같은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강의와 세미나 이후 며칠간 양곤에 머물렀습니다. 주일에는 한 교회의 영어 예배에 참석했는데, 양곤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모이는 예배였습니다. 마침 국제 기도팀이 방문하여 미얀마를 위해 중보하는 시간이 있었고, “미얀마 안에 원수가 쌓아 온 강력한 진을 대적하여 기도하자”는 요청이 나왔을 때 제 마음 깊은 곳에서 강한 기도의 부담이 솟아올랐습니다.지금 미얀마의 무장 갈등과 극심한 빈곤이 결국 영국 식민정책의 구조적 결과라는 사실이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역대하 7장 14절 말씀(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을 붙잡고, 많은 외국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저는 영국인을 대신해 공식적으로 과거의 분리·차별 정책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대영제국의 부정의가 남긴 열매—미얀마의 깊은 종족 갈등과 절대 빈곤—로부터 이 나라를 풀어 달라고, 회복의 은혜를 부어 달라고 마음을 찢으며 울며 기도했습니다. 예배 후 몇 분들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그 기도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강력했다고 격려를 해 주었는데, 미얀마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로서 화해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지금 이 땅을 치유하고 회복하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사실을 다시 깊이 깨달는 시간이었습니다.
양곤에서 보낸 마지막 2~3일 동안 여러 현지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직접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속에서 여전히 하나님께서 소망의 씨를 심고 계신 나라임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 땅을 회복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붙들고 더욱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다음 소식에서는 미얀마의 전반적 상황과, 지금 이 나라를 위해 특별히 필요한 기도 제목들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기도 요청
- 양곤 신학대학교들과의 협업
양곤에는 화해·평화 센터를 운영하는 몇몇 신학교가 있지만, 활동이 활발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에 신학생들이 참석한 것을 보며, 앞으로 신학교에서 3~5일간의 ‘화해/평화 집중 강의(인텐시브)’를 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여러 신학교에 연락해 보려고 합니다. - 화해 세미나 확장
양곤뿐 아니라 다른 지역들, 특히 종족 갈등이 뚜렷한 지역으로 가서 하루 또는 이틀 동안 화해 세미나를 진행하기 원합니다. 현지 리더들도 같은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